작곡 공부가 알려준 악보를 대하는 새로운 시선: 연주자에게 전하는 작곡 전공자의 작은 팁
- Yeoul Choi
- 9월 25일
- 4분 분량

안녕하세요, MyMusicSheet 연주자 여러분! 저는 MyMusicSheet에서 악보, 음악분석 글의 업로드를 맡고 있는 작가입니다. 저의 소개를 하자면, 현재 저는 미국의 한 음대에서 작곡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대학생들 음악이론을 가르치는 조교로 일하면서 종종 연주와 콜라보 프로젝트를 하며 작곡가로서의 삶도 열심히 살고 있는 유학생입니다. 오늘은 작곡 전공자로서 악보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는지 –‘작곡 공부가 알려준 처음보는 악보를 대하는 실질적인 팁’을 여러분에게 저의 개인적인 스토리와 함께 전달해보고자 합니다.
첫 작곡 레슨의 기억
중학교 2학년 겨울, 부모님을 졸라 작곡 레슨을 시작했던 때를 기억합니다. 그 당시 그저 음악을 사랑하고 피아노가 취미인 어린 여학생이던 저는 작곡 공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것도 모를 때였습니다. 단지 존재하는 곡의 악보를 읽고 연습해서 연주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써서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정말 멋져보였고, 어떻게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너무나 배우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작곡 레슨을 시작한 저는,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도 복잡한 작곡전공의 세계에 조금은 놀라게 됩니다.
작곡 전공의 첫 관문: 화성학
작곡에 필요한 이론인’ 화성학’을 면밀히 배워야 좋은 클래식 작곡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화성학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규칙을 모두 지켜야 하는 4성부 작법에 이르는 어려운 화성법까지 다 공부해야 했고 실습문제로 연습까지 하는 과정을 겪는 것은 재밌기도 했지만 참 고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문제를 풀고 선생님께 점검을 받고, 틀린 부분을 고치는 이 과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했으니까요. 도 닦는 마음으로 항상 피아노와 책상 앞에 앉아서 악보와 마주하고 공부를 해야만 했습니다.
악보 분석이 재미있어진 순간
그런데,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죠? 이렇게 고단하고 긴 과정을 거쳐, 고3이 될 무렵에는 고급화성학까지 다 뗀 상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작곡 선생님은 작곡레슨을 위해 악보분석을 꼭 뺴놓지 않고 해주셨는데요. 고급 화성학까지 다 배운 후로는 악보 분석을 할 때마다 악곡 내에서 거의 대부분의 화성이 분석이 되고 화성기호( Roman Numeral) 를 써넣는 것까지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그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된 수련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와! 내가 이런 어려운 악보를 분석할 수 있다니! 라는 기쁜 마음으로 악보를 대할 수 있게 된 경험이었죠. 그 후로 새로운 악보를 보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령, ‘이 곡은 여기서 이렇게 전조(조바꿈)를 했네.. 이렇게 전조를 해서 곡의 새로운 구조로 가게 되는 거구나. 전조 하는 과정이 정말 자연스럽다’ 또는, ‘우와 이 작곡가는 멜로디를 이렇게 썼는데 그 아래의 화성진행을 정말 세련되게 잘 배치했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도 덤으로 얻게 되었죠. 화성의 세계를 알면 알수록, 악보의 세계를 마주하는 데에도 더 많은 깨달음이 펼쳐졌습니다.
곡의 형식을 배우다
화성 뿐만 아니라 악곡에는 어떠한 형식과 스타일이 있는지도 배웠는데요. 이 또한 악보를 빨리 파악하고 읽어내는 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가령, 밑에 첨부된 동영상을 보면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사계’중 6월이라는 곡인데요. 이 악곡은 3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3부 형식 (Ternary Form)이고 1분40 초쯤 부터 시작되는 또다른 주제 아이디어는 두번째 부분의 시작이며, 연결구(Transition)을 거쳐 2분30초 구간 즈음에 세번째 부분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첫 부분과 똑같은 아이디어와 조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A-B-A’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것은 3부형식의 전형적 특징인데 이러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곡이 정말 많아서 형식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새로운 악보를 연습해야 하거나 분석해야 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쓸 수 있는 팁: 화성
자, 만약 여러분이 새 피아노 악보를 연주하고 싶고, 빨리 습득하고 싶다면 어떤 식으로 악보를 대하고 읽어야 할까요? 물론, 전공자인 저처럼 모든 화성학적 지식을 습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초화성학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고 공부해 보는 것은 정말 추천합니다! 화음의 기능과 성질에 대해서 알고 나면, 악보를 읽는 것이 훨씬 빨라지고 수월해집니다. 또한 단순한 화성진행처럼 보여도 이것이 곡 전체를 이끌어가는 메인 아이디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면? 더이상 어렵게 시간을 들여 왼손의 반주를 외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실제로도 경험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다시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작품 중 6월로 돌아가봅시다. 먼저 화성을 파악해보려면, 우선 조성을 알아야겠죠? 이 곡은 사단조 (g minor) 곡의 4분의 4박자로 Andante Cantabile (느린 박자로 노래하듯이)의 느린 곡입니다. 지금부터는 로마숫자표기법Roman Numeral이라는 화성의 표기법을 사용할 텐데요. 스케일의 모든 음에 3화음을 쌓아서 순서대로 로마숫자를 붙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첫번째 화음을 I 또는 i, 다섯번째 화음을 V라는 로마 숫자로 표기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6월은 g minor의 으뜸화음인 i(tonic)로 첫 마디가 시작되고 그 위에 선율이 등장합니다. 피아노로 한번 연주해보면, 이 곡은 오른손이 주로 선율을 주도하고, 왼손이 화성의 진행을 주도하며 반주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이제 왼손만 다시 연주해보며 화성 진행을 따라가보면, 마디 1-3마디의 셋째 박까지는 i화음이 지배적이고, 이후 4째 박에 다른 화음의 구성음인 A음이 베이스에 깔립니다. 이 화음은 V라고 하는 속화음 (dominant)인데 i를 꾸며주거나 연장해주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으뜸화음과 함께 중요한 끝맺음- 음악 용어로는 이를 ‘종지’ (cadence)라고 합니다- 의 역할을 맡는 아주 중요한 화음입니다. 이렇게 곡의 첫 4마디는 i와 V를 활용한 아이디어로 시작됩니다. 뒷부분까지 이 곡을 연주해보면, 이 화성진행이 메인 선율 아이디어를 뒷받침 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메인 아이디어의 화성진행을 알고 시작하면, 복잡하기만 했던 왼손 연습을 훨씬 더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악보 구조로 연습을 더 쉽게!
이제 화성이 눈에 들어왔다면, 다음 단계는 악보의 구조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전공자처럼 형식의 이름을 맞추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음악 속에서 아이디어가 전환되는 순간을 찾아 나누어 보는 것이 더 실질적인 연습이 됩니다. 곡을 처음부터 한 음씩 기계적으로 읽어나가기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음미하고 각 아이디어가 어떤 성격을 지니는지 떠올려 본 후에 연습을 시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악보로 돌아가 보면, 오른손의 상행하는 순차진행은 점차 긴장을 쌓아올리며 음악을 앞으로 밀어주는 활력 있는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이어지는 선율에서는 음정은 넓지만 주로 하행 도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힘차기보다는 차분히 가라앉는 듯한 정서를 느끼게 하지요. 이렇게 상행 순차와 하행 도약이 교차하며 대비되는 색채를 이루면서, 한 프레이즈가 유기적으로 정리됩니다. 결국 이 곡의 매력은 단순한 선율의 모양이 아니라, 진행 방향과 맥락에 따라 같은 ‘순차’와 ‘도약’이 전혀 다른 정서를 자아낸다는 데 있습니다.

위 악보는 도입부의 바로 다음 부분에 해당합니다. 앞선 도입부에서 오른손은 순차진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선율을 노래했는데, 이 부분에 이르러서는 음악이 점차 활기를 띠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넘어갑니다. 화성진행도 새롭게 바뀌었고, 왼손의 꾸준한 반주 패턴 위로 오른손이 같은 패턴을 노래하며 곡의 흐름을 한층 고조시킵니다. 특히 poco più f(더욱 더 세게) 라는 지시어가 좀 더 위로 치닫는 선율을 뒷받침 합니다. 이렇듯 선율의 음역과 음량까지 커지는 효과로 음악 자체의 에너지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후 이어지는 작은 동기들은 점점 짧아지고 압축되면서, 반복과 변형을 통해 긴장을 쌓아 올린 뒤 다시 가라앉는(dimin.) 과정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대비와 순환은 단순한 선율 진행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 마치 노를 저어 가다가 물결이 점점 크게 일고, 다시 잠잠해지는 호수 위의 리듬을 음악적으로 묘사하는 듯합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연습할 때는 단순히 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추진력”과 “다시 진정되는 흐름”이라는 두 가지 큰 곡선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프레이즈가 개별적인 선율 조각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긴 이야기로 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즐거운 연습을 응원하며
이러한 음악적 재료인 화성과 멜로디의 아이디어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연주를 해야할 지 연주자인 여러분들의 머리속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이 글을 다 읽은 여러분이 오늘부터 더욱 즐거운 연습을 시작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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